길게 나열된 분재, 이걸 보러 온 건 아닌데 입을 못 다물어

‘2025년 제3회 제주동부분재회 작품전’, 12일부터 15일까지 혼인지에서 열려

혼인지에 수국이 활짝 피어 장관을 이렀다. 소문을 듣고 수많은 여행객이 찾아왔는데, 야외공연장에 길게 나열된 분재 전시를 보고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여행객들은 꿩 먹고 알 먹는 기쁜 마음으로 전시를 만끽했다.

‘2025년 제3회 제주동부분재회 작품전’이 6월 12일부터 15일까지 성산읍 온평리 혼인지 야외공연장에서 열렸다. 강공식, 강오봉 두 원로 작가의 팔순을 기념회 열린 행사다.


▲ 제주동부분재회 전시회(사진=장태욱)

지난 1997년, 성산읍과 표선면에 거주하는 분재 애호가들이 모여 제주동부분재회를 설립했다. 그동안 많은 회원들이 거쳐 갔는데, 지금은 열두 명의 회원이 분재를 매개로 교류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팔순을 맞은 두 원로 회원은 각각 작품 20점을, 나머지 회원 열 명은 각각 7점을 전시했다. 그렇게 작품 아흔 점이 혼인지 야외공연장 마당에 설치된 선반 위에 올랐다.


▲ 현상부 회원의 적송(사진=장태욱)


           ▲ 여행객들이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는 장면(사진=장태욱)


6월 들어 혼인지 주변은 수국이 피어 장관을 이룬다. 소문을 듣고 수많은 여행객들이 혼인지를 찾아 초여름의 정취를 만끽했다. 그리고 혼인지를 방문했다가 기대치 않은 분재 전시를 마주한 여행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야말로 꿩도 먹고 알도 먹는 심정으로 작품을 감상했다. 이들은 작품을 사진에 담기도 했고, 분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제주동부분재회 고철하(67) 회장은 “중학교 2학년 때 하천에 물철쭉 꽃이 핀 걸 보고 반해서 분재 활동을 시작했다. 도중에 몸이 아파서 잠시 활동을 중단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분배 활동으로 몸 건강도 마음 건강도 챙긴다.”라고 말했다.

고철하 회장은 “표선에서 키위농사를 짓는데, 분재 활동은 농사와 더불어 하루 일과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라며 “내가 도중에 손발이 마비된 적도 있는데, 분재활동으로 그걸 다 극복했다.”라고 말했다.


▲ 고철하 회장(사진=장태욱)


고 회장은 3~4년 전부터 전시회를 열 마음을 품었다가 회장 임기를 시작하게 돼서 실행에 옮기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회의 주연 가운데 한 명인 강오봉(80) 회원은 오조리 노인회장을 맡고 있다. 오래도록 귤 농사를 지었는데, 3년 전에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지금은 분재를 돌보며 시간을 보낸다.

강오봉 회원은 “25년 전, 먼저 분재를 시작한 회원의 권유로 분재에 입문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어린 나무를 화분에 심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정성을 들여 돌봐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몸과 마음을 쏟기 때문에 건강에 도움이 된다.”라며 “이거 없었으면 내 몸이 아팠을 지도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 강오봉 회원(사진=장태욱)

회원들은 분재가 오로지 몸과 마음을 돌보는 활동이지 돈벌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고철하 회장은 “집에 분재 대작도 있어서 팔아달라는 사람이 있는데, 차마 팔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강오봉 회원도 “주변에서 팔아달라고 요청해도 팔지는 않는다. 분재 작품이 내겐 가족 같아서 차마 팔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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