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완벽한 설계, 서귀포 비경을 만든 건 팔할이 솜반천
더위가 오래도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7월 내내 이어진 가마솥더위가 8월 들어서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상청이 계속 비 예보를 발표했는데, 실제로 비다운 비를 구경해본 지 오래다. 다른 지역에 폭우가 쏟아졌다고 하는데, 제주도에는 가뭄과 더위가 진행 중이다.
주말에 더위를 피하려고 솜반천자연생태공원을 찾았다. 오전에 서둘러 간다고 했는데, 그늘막 쉼터 한 곳을 겨우 차지했다. 오전 10시도 되지 않았는데, 가족과 함께 많은 시민이 찾아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솜반천물놀이공원은 여름에 많은 시민이 찾는 곳이다. 서귀포시청에는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구명장비, 구명자켓 등을 구비했다. 어린이들은 자켓을 입고 수영을 하거나 물고기를 잡는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안전의식을 몸으로 익힐 테니 보기에도 안심이 된다.
솜반천은 지하에서 물이 솟기 때문에 항상 물이 맑고 깨끗하다. 게다가 주변에 구실잣밤나무, 먼나무, 벚나무 등이 숲을 이루고 있어서, 물에 들어가지 않고도 더위를 피할 수 있다. 게다가 그늘 아래로 좁은 인공수로를 만들어 발을 담글 수 있게 했으니, 어르신들이 앉아서 쉬기에도 그만이다.
솜반천은 시민에게는 하늘이 내린 선물 같은 곳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기할 정도로 완벽한 설계가 숨어 있다.
호근천과 연외천이 걸매축구공원 인근에서 Y자를 이루며 만난다. 솜반천 혹은 솜반내는 두 하천이 만나는 구간을 특별히 구분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호근천과 연외천은 각각 대부분 구간에서 건천인데, 솜반천 구간에 이르러 지하에서 물을 낸다. 물이 솟는 샘이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곳이어서 가뭄에도 이곳은 물이 풍부하다. 이렇게 물이 풍부한 맑은 하천이 서귀포 도심에서도 매우 가까운 곳에 있으니 시민들은 언제라도 찾아와 쉴 수 있다.
솜반천은 천지연 폭포의 상류에 해당하니 더욱 특별하다. 솜반천자연생태공원에서 천지연폭포까지의 거리가 700미터 남짓하다. 여러 개의 작은 샘에서 사철 물이 솟고, 그게 흘러 도시에 비경을 남겼다.
서귀포의 경관이 특별하게 만든 건 팔할이 솜반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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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욱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