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돌아와 징용 가고 4·3 때 사살되고.. 기구한 사람들
[한상봉의 ‘제주도 화전] (64) 하원동 화전
너른도화전에 속했던 하원동 1848번지는 일제강점기에 박재후가 살던 집이다. 그런데 변재덕이란 사람이 색달동에 살았는데, 너른도로 이주해 살면서 박재후의 밭을 사들였다. 이후 이 땅은 변 씨 집안 소유가 됐다.
제주4·3 때 화전민 변덕하는 해안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산으로 피신했고, 변덕재는 하원동으로 내려 온 것으로 보인다. 변덕재, 변덕하는 형제로 보인다. 하원동 지역민에 의하면, 변덕하는 산에서 체포된 후 중문지서에 압송됐다. 마을 사람들이 확인하러 갔으나 만나기만 했을 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제주4·3에 접수된 신고서에는 변덕하가 중산간에 살며 (무장대와)내통한다는 의심을 받아 ‘1948년 11월 25일 경찰에 의해 중문서로 끌러간 후 같은 달 28일 총살을 당함’이라고 기록됐다. 사살된 곳은 현 중문동사무소 동쪽 자운당 골짜기로 옛 솔밭이다.
변덕하의 너른도 주거지는 하원동 1843번지로, 화전민 조형화의 대지를 구입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땅은 현재, 윤 씨 소유로 되어 있다.
하원동 1854번지엔 강춘신이 살고 있었다. 강춘신은 쉐테우리였는데, 아들이 강태만이다. 구술자 강상흥은 강태만이 자신과 함께 상산에 쉐를 몰고 다녔던 사람이라고 했다. 강태만은 말을 많이 키우던 부자였는데, 제주4·3 때 내려왔다. 그가 살던 집터 돌담은 목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사라졌고 대나무만 흔적으로 남아 있다.
지역민 오군찬(1941생)도 강태만 집안은 너른도에 살았는데, 그의 부친 대에는 부자로 살았다고 말했다. 강춘신은 해안 지역에 땅을 사 놓았는지 해변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수확한 보리를 말에 싣고 너른도화전으로 운반했다고 전했다. 이후 이 가족들은 월평마을로 이주했다. 가계는 강춘신-강태만-강세범으로 이어진다.
한편, 하원동 김수길(1957생)은 너른도에 속하는 하원동 1846번지가 부친이 살던 곳이라고 말했다. 그의 가계는 김여세-김응추-김홍기-김수길로 이어진다.

증조부 김여세는 본래 창천리 출신이다. 이후 조부 김응추가 상천리 ‘모록밧’과 중문동 ‘섯단동산’(중문동 196번지 일원 화전촌)에 잠시 살았다. 김응추는 고모가 너른도로 시집가 살고 있어서 아들 김홍기를 데리고 너른도로 이주했다. 김응추·김홍기 부자는 삶이 힘들어져 1930년경에 일본으로 건너갔고 1930년대 말에서야 고향으로 돌아왔다. 태평양전쟁이 발발하자 김홍기는 징용에 끌려갔고, 일본이 패망하자 전장에서 돌아왔다. 김홍기는 해방 후 너른도 생활을 청산하고 하원동 ‘비드리물’로 거주했다. 그의 가계는 지금도 비드리물에 살고 있다.
김홍기는 1912년생인데, 아버지 김응추를 따라 너른도에 들어왔다. 이들 부자는 1912년에서 1930년 사이에 너른도에 정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김응추의 고모가 이미 너른도에 시집을 가 살고 있었다는 대목에서, 1910년 이전에 너른도에 사람이 살았고, 당시 화전민들끼리 서로 결혼했음을 알려준다.
김 씨 집안이 살았던 하원동 1846번지 땅은 이후 변일찬에게 팔렸다. 족보를 보니 조부 김응추 묘는 ‘움텅이탈’에 모셔졌다.
하원동 1862번지에도 질그릇 조각이 발견됐다. 과거에 이곳에 화전민이 살던 집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 외로 법정사 주차장 자리와 족은도도리오름(법정사 주차장 서남향에 있는 오름) 뒤편 하천변에도 산전밭과 대나무가 보인다. 화전민이 살다가 토지측량 이전에 다른 곳으로 이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상봉 : 한라산 인문학 연구가
시간이 나는 대로 한라산을 찾아 화전민과 제주4.3의 흔적을 더듬는다.
그동안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제주의 잣성」,「비지정문화재100선」(공저), 「제주 4.3시기 군경주둔소」,「한라산의 지명」, 「남원읍 화전민 이야기」등을 출간했다. 학술논문으로 「법정사 항일유적지 고찰」을 발표했고, 「목축문화유산잣성보고서 (제주동부지역)」와 「2021년 신원미확인 제주4.3희생자 유해찿기 기초조사사업결과보고서」, 「한라산국립공원내 4.3유적지조사사업결과 보고서」등을 작성하는 일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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