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만 하면 크게 한 턱 낼 건데, 이렇게 어려워서야”
오석학교 학생 17명 12일, 검정고시 응시
방학인데 중학교에 많은 사람이 몰렸습니다. 검정고시가 열리는 날인데, 웃음과 근심이 교차합니다. 고졸 검정고시에 응시하는 어르신은 “합격만 하면 제대로 한 턱 내겠다.”라고 공언을 하는데, 그런 공언이 실현될지 결과가 기대되네요.
12일은 검정고시가 열리는 날입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도 제2회 초졸·중졸·고졸 검정고시가 제주중앙중학교, 서귀포중앙여자중학교, 제주소년원 등 3곳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시험에 응시원서를 제출한 수험생이 510명이라니, 배움을 이어가려는 뜨거운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오석학교에서도 초졸 과정 3명, 중졸 과정 9명, 고졸 과정 5명 등 총 17명이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16명은 60대 이상의 어른들이고 1명은 학교생활을 중단한 청소년입니다.
시험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데, 교육청은 오전 8시 20분까지 고사장에 도착하라고 안내했습니다.
아침에 서귀포시 수험생 부모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서귀포중앙여자중학교에 도착해서 수험생들을 응원했습니다. 서귀포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 선생님들과 청소년지도협의회 회원들이 간식을 준비해 수험생들을 응원했습니다. 서귀포오석학교 자원교사들도 미리 고사장 입구에 도착해 수험생들을 응원했습니다.

이번 시험에 결혼 이주 여성 10여 명도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대부분 초등학교 졸업과정에 응시했는데, 표정이 밝은 걸 보니 시험 준비를 많이 한 모양입니다.
초등학교 시험은 오전에 마무리됩니다. 초등학교 졸업과정에 응시한 정 아무개(12)는 시험이 끝나자 “시험을 잘 친 것 같다.”라며 안도했습니다. 정 군의 어머니는 “홈스쿨링으로 초등학교 과정을 공부했다. 중학교 과정은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녀의 학업과 진로에 대한 부모의 고민이 깊게 느껴졌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과정에 응시한 수험생들은 오후 3시가 넘도록 시험을 봅니다. 두 개 과정에 응시한 수험생은 고사장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도 시험을 봅니다. 오석학교는 응시생 14명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했습니다.

오석학교 막내 학생인 현 아무개(14)는 “오전 시험은 잘 치른 것 같아요. 준비가 잘 됐나 봐요.”라며 안도했습니다.
그런데 연세가 많은 수험생들은 얘기다 다릅니다. 중학교 졸업과정에 응시한 김은선 어르신은 “중학교 시험을 처음 쳤는데, 정말 어렵다. 시험지를 받아보니 막막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집안일도 하고 돈도 벌면서 공부하기가 쉬울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학업을 오래도록 중단했던 터라 공부를 다시 시작해서 모든 게 익숙하지 않을 것입니다.
고등학교 졸업과정에 응시한 서갑순 학생은 “고등학교 과정은 정말 어렵다. 이 시험만 합격하면 내가 오석학교 모든 선생님들에게 한 턱 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합격을 향한 목마른 염원을 짐작할 수 있는 약속입니다.
결과는 오는 29일에 나옵니다. 합격하면 다음 단계 학업을 준비할 것이고, 합격하지 못하면 다시 준비해서 내년 봄에 또 도전할 것입니다. 이 애달픈 과정이 있어서 어르신들은 보람을 느끼고 인생 의지를 다집니다. 합격하면 한 턱 내겠다는 어르신의 약속, 그건 내년 혹은 내후년에 이뤄져도 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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