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바위틈에서 회복을 향한 몸부림, 널 보니 세상이 아름답다
[주말엔 꽃] 남원리 해안가 갯까치수염
무더운 날 해안가에 쓰레기를 줍는데 어여쁜 꽃을 만났다. 작은 식물이 바닷물이 닿는 갯바위 틈에서 하얀 꽃을 피웠다. 악조건 속에서 예쁜 꽃을 피운 것도 기특한데, 약재로도 쓰임이 많다니 여간 대견한 게 아니다.
8월 4일 오후, 남원읍 주민 20여 명이 남원포구에 모였다. 남원읍주민자치위원회 주관으로 바다정화 활동을 하는 날이다. 평일, 무더운 날씨에도 주민들은 오후 내내 환경을 정화하는 활동을 펼쳤다.

해안에는 항상 깨진 유리조각, 파도에 떠밀려온 부목, 플라스틱 같은 쓰레기가 쌓여있다. 참가한 주민들은 집게를 이용해 쓰레기를 자루에 넣고, 트럭을 동원해 처리장으로 옮겼다. 무더운 날인데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작업이 마무리됐다.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이 어려운 건 울퉁불퉁한 바위 위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길이 판판하지 않고 장애물이 많은데, 걸려 넘어지면 부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봉사도 좋지만 다치지 않으려면 걸을 때 바닥에서 눈을 떼면 안 된다.
바람을 맞으며 검은 현무암 바위 위를 걷는데, 작고 하얀 꽃이 눈에 들어온다. 몸을 낮추고 살폈는데, 작은 몸집에 비해 잎과 줄기, 꽃 모두가 너무도 생생하다. 자태가 제주도 말로 요망진데, 서식하는 곳이 바닷가 바위임을 생각하면 여간 기특하지 않다. 갯까치수염이다.

갯까치수염은 제주도, 울릉도, 남해안 지역 바닷가에서 서식하는 두해살이 초본이다. 해안가를 좋아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건조한 환경을 선호해, 바위틈에 잘 자란다. 실험에서는 너무 기름진 토양에 심었더니 웃자라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화분에 흙을 넣어 재배하면 바위틈에 자라는 것보다 잎이 풍성하게 성장했다. 어린잎, 어린순은 나물로 먹기도 하고, 관상용으로도 재배한다.
줄기는 바로 서서 키 10~4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붉은빛을 띠며 아래쪽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연두색이나 초록색을 띠는데, 어긋난다. 잎의 모양은 좁고 길쭉한데, 길이는 2~5센티미터, 폭 1~2센티미터 정도다.
5~7월에 가지 끝에서 하얀 꽃이 핀다. 하늘로 꽃대를 올리면 그 위에 작은 꽃자루가 맺힌다. 그 끝에 지름 10센티미터 정도로 작은 하얀 꽃이 핀다. 꽃부리는 5갈래의 꽃잎으로 갈라진다. 수술과 암술은 대체로 흰색인데, 수술은 5개이고, 암술은 1개다.
갯까치수염은 관상용이나 식용 말고도 약용으로도 여러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방에서는 강심제(强心劑)와 이뇨제로 효능이 있고, 비뇨기 질환을 완화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인정을 받는다. 또, 고혈압이나 당뇨, 변비, 타박상, 인후염/인후통 등을 치유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 김동선 연구원 등이 지난 2024년 한국본초학회지에 제출한 ‘갯까치수염의 재배 및 UHPLC 패턴 분석, 호흡기염증 억제 효과’에 따르면, 갯가치수염 잎은 기관지 염증을 완화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자들은 기관지 상피 세포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이용해 염증 반응을 유도한 후 갯까치수염 잎 50% 추출물을 이용해 반응을 측정했다. 그 결과, 기관지 상피 세포에서 염증에 관여하는 RANTES 발현이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나 갯까치수염이 호흡기 염증을 개선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특히, 제주도 야생의 갯까치수염이나, 시설재배한 것이나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재배를 통해 상업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제시했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 줍겠다는 사람이 있다. 오염된 세상에서도 바위틈에 꽃을 피우고 여러 쓰임까지 품은 꽃이 있다. 불완전하되 회복과 균형을 찾아가는 몸부림, 세상은 그래서 아름답다.
<저작권자 ⓒ 서귀포사람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태욱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