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의 가족? 오래된 사진 속 풍경이 묻는다

[전시] ‘당신의 가족은 누구입니까?’, 내달 15일까지 제주대 박물관에서

도시 뒷골목에 뛰어노는 사진 속 아이들은 한없이 행복하다. 부모님이 일터에 나간 사이 이들은 함께 놀고 밥도 같이 먹는다. 이 시대 친구는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제주도 바당과 밭에서 어른들이 일하는 풍경은 그 시대 수눌음을 담았다. 거친 환경에서 함께 생활하는 섬사람들에겐 서로가 목숨을 의지하는 가족이었다.

여러 세대가 한집에 모여 살던 시대가 있었다. 상을 몇 개 따로 차려야 가족이 밥을 먹을 수 있던 시절이다. 최소 3대 혹은 4대까지도 함께 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후 세상이 많이 변했다. 핵가족이 주를 이루더니 지금은 1인 가족이 대세를 이룬다. 2023년 기준 전국의 1인 가족은 수는 782만9,000가루로 전체 가구 수의 35.5%를 차지한다. 젊은이들이 혼인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상황에서 이혼율은 증가하고 노인의 수명은 늘어난다. 그런 과정을 거쳐 1인 가구는 가장 보편적인 가족 형태로 자리 잡았다.


▲ 신철균 작가가 촬영한 군산 골목 아이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건 가족 관계가 약화되고 더 나아가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개인이 의지할 곳 없이 떠돌고 있어 사회는 가족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에 이른지 오래다.

‘당신의 가족은 누구입니까?’라는 주제로 연합전시가 제주대학교 박물관에서 열린다. 지난 9일 개막해서 내달 15일까지 이어진다. 2025년 대학박물관 진흥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마련된 전시다. 제주대 박물관과 군산대 미술관, 경북대 미술관 등이 함께 기획했다. 제주대 박물관에서 전시가 마무리되면 같은 전시가 경북대 미술관과 군산대 미술관에서 차례로 이어진다.

전시장 입구 큰 화면에 특별한 영상물을 전시했다. 김정수(95) 어르신과의 인터뷰 내용인데, 어려서 종가에 시집와서 대소사 받들고 자녀들을 양육했던 과정, 밭일하고 물질했던 경험 등이 담겼다.


▲ 김정수 어르신의 인터뷰 영상이 박물관 입구에 전시됐다.

전시장엔 세 개 대학이 각기 확보한 전시물을 나눠서 내걸었다. 제주도와 군산, 대구라는 각기 다른 공간에서 지역에 맞는 방식으로 가족의 의미를 찾는다.

제주대 박물관은 ‘순덕이 가족의 하루’라는 주제로 1970년대 제주도사람들의 생활을 보여준다. 홍정표, 진성기 두 사진작가의 작품인데, 물질 나가는 해녀, 새벽 수산시장, 김매기와 밭갈이, 테우와 그물손질 등 생활현장을 담은 작품이 주를 이룬다. 수눌음과 궨당이라는 제주도의 관계망 속에서 확대된 가족의 의미를 모색한다.

군산대 박물관은 ‘골목대장 놀이가족’이라는 주제로 옛 사진을 내걸었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구도시였는데, 해방 이후에는 옛 영화를 잃어버렸다. 1970년대 군산은 배가 고픈 시대였는데, 모순적으로 아이들에겐 행복한 시대였다.


▲ 옛날 수눌음 풍경

지금은 작고한 신철균 작가(1929~2023)가 생전에 카메라로 담은 군산의 구도심, 거기는 아이들의 천국이었다. 여럿이 딱지치기를 하고, 서로 붙어 앉아 얘기를 나누고, 함께 밥을 먹는 아이들의 모습,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 부모님은 일하느라 정신이 없던 시절에 친구가 소중한 가족이었음을 알린다.

경북대 박물관은 ‘환상 가족’이라는 주제로 도시형 연대를 모색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공동체는 고정되지 않고 해체되고 다시 태어나므로, 다양한 관계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다고 한다.

박혜수 작가의 ‘퍼펙트 패밀리 주식회사’와 김인숙 작가의 ‘House to Home : 가족이 되는 집’, 정재범 작가의 ‘쪽방네트워크’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가족의 의미를 찾는다.

특히, ‘쪽방네트워크’는 대구지역 쪽방촌의 실제 방 한 칸을 판자로 재현했다. 소음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얇은 판자 사이로 전해오는 이웃의 인기척, 그게 단절된 사회에서 유일한 소통의 시간이라고 한다. 우리는 혼자되었을 때 비로소 이웃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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