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운 보쌈수육 1인분이 8,000원, 이게 되나?
[동네 맛집] 화곡본동시장 ‘마식당’
복잡한 서울에도 훈훈한 인심이 느껴지는 시장이 있다. 전통시장인데, 여행객이 아니라 주민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가격에 거품이 없다. 주변을 갈 때마다 한번 들르는데,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음식이 당긴다.
지난주에 일이 있어 서울을 다녀왔다. 딸이 하루 휴가를 내고 아빠에게 시간을 쓰겠다고 했다. 각박한 도시로 가는 게 꺼려지지만, 딸을 만난다고 하니 서울행이 설레기까지 했다.
화곡동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젊은 세대답게 딸이 스마트폰으로 화곡동 주변 맛집을 검색했지만, 사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화곡본동시장에 가면 구미가 당기는 음식이 많기 때문이다.
화곡(禾谷)은 우리말로 풀면 ‘볏골’이다. 예전 이 일대는 김포평야에 속해 쌀이 많이 생산되는 곳이었다. 화곡본동시장은 1969년에 상설시장으로 개설되고, 2004년 강서구 전통시장으로 인정받았다. 도시개발이 진행되기 이전에 형성된 시장이어서 그런지, 이곳은 서울 분위기가 풍기지 않는다.

시장 안에서 음식점을 찾다가 ‘마식당’이라는 백반집에 들어갔다. 누가 주인장인지 모르겠는데, 여성 두 분이 일하고 있었다. 손님 10여 명이면 홀이 가득 찰 조그만 음식점이다. 가격표를 보니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콩나물 비빔밥이 4,000원, 시래기 비빔밥이 5,000원, 갈치정식과 보쌈정식이 각 8,000원이다. 시골 시장에도 찾기 어려운 가격이다.
보쌈정식 2인분을 주문했다. 보쌈수육과 반찬이 넓은 쟁반 째로 나왔다. 반찬은 멸치볶음, 메추리알장조림, 콩나물무침, 김치, 어묵볶음 다섯 종이고, 보쌈수육은 개인당 한 접시씩 접시 두 개가 나왔다.
반찬은 대체로 짜지도 맵지도 않은 맛이다. 집에서 먹는 반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쌈수육은 돼지고기 수육과 무생채무침이 세트다. 쌀밥과 된장국이 맨 나중에 나온다. 수육 한 점을 먹었는데, 잘 삶아져 식감이 부드러웠다. 그렇다고 느끼하거나 물컹한 느낌은 없다. 무생채무침은 싱싱한 향이 나는데, 조금 매콤하고 달콤하다. 밥과 보쌈수육세트, 반찬까지 거의 다 먹었다.

집을 떠나면 편하게 밥 한 끼 먹을 장소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서울에서 이 정도 음식을 8,000원에 먹을 수 있다니 주인장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내가 “이렇게 팔아서 남는 게 있냐?”라고 물었더니, 주인장은 웃으면서 “그러게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주 메뉴는 식당에서 요리하지만, 밑반찬은 3개 반찬가게의 것을 쓴다.”라고 했다. 식당에 손님이 많아지면 인근 반찬가게 매출도 함께 늘어나는 것이다. 반찬가게끼리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공생하는 길을 찾아간다니 응원하는 마음도 들었다.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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