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여기서 북한 술 한 병 못 챙기다니!
[강원도 기행] ③ 고성통일전망대
6월 27일, ‘길 위의 인문학’ 이틀째인데, 일행과 함께 종일 빼곡한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 일찍 속초관광수산시장을 방문한 후 속초해수욕장에 있는 대관람차를 탑승했다. 그리고 인근 음식점에서 물회로 점심을 먹고 고성으로 향했다. 고성에는 통일전망대와 DMZ박물관이 있는데, 속초에서는 60킬로미터 넘는 거리에 있다.

강원도 고성군은 남북 접경지이자 우리나라 최북단 지역이다. 38선 북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해방 이후 한국전쟁까지 북한 정부의 통치를 받았다. UN군이 참전하고 중공군이 개입하는 전장에서 국군이 고성을 수복한 것은 1951년 5월 30일이다. 이후 일전일퇴를 거듭하면서 지금의 휴전선으로 전선이 고착화되었다.
1953년 7월 27일, 휴전이 성립됐다. 전쟁 중에 국군을 따라 고향으로 돌아가던 피란민들은 휴전선 가까운 고성에 보따리를 풀었다. 휴전이라고 하니 머지않아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 기대는 70년이 넘게 실현되지 않았다.

휴전 이후 긴 세월 동안 실향민들은 휴전선 인근에서 고향산천과 가족을 그리며 망향가를 불렀다. 고성통일전망대는 금강산 마지막 봉인 구선봉과 맑은 호수인 감호, 해금강 등 휴전선 북쪽 고성의 절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시설이다.
버스가 속초를 벗어나 고성군에 들어설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속초에서 한 시간 넘게 이동한 후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에 도착했다. 예상하지 못한 비가 내린 탓에 우산 하나를 구입했다. 출입신고를 마치고 버스는 다시 통일전망대를 향해 달렸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전망대를 향해 걸어가는데, 돌하르방 두 기가 서 있다. 무슨 의미로 여기에 세워졌는지 모르겠는데, 고향에서 보던 걸 국토 최북단에서 보니 그것 또한 반가웠다.
전망대 주변에는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DMZ 생태관찰전망대에 출렁다리를 건설하는 공사다. 고성군과 강원도가 통일전망대와 DMZ를 여행상품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전망대 동쪽에 망배단(望拜壇)이 있다. 복쪽을 향해 제를 올릴 수 있도록 시비와 제단이 세워졌다. 해마다 명절이면 실향민들이 이곳에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한을 달랠 것이다.
통일전망대는 지난 1984년,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 해발 70m 고지에 문을 열었다. 2018년에는 기존 통일전망대 건물을 대신해 통일전망타워가 건설됐다. 3층이지만 높이가 34미터로, 일반아파트의 10층 높이에 해당한다. 맑은 날 전망타워 3층에 오르면 금강산의 봉우리들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비가 와서 멀리 보지는 못했다. 가을 맑은 날에 다시 와서 금강산 봉우리들을 감상하라는 하늘의 뜻이라 생각했다.
전망대도 좋은데 통일전망대에서 반드시 봐야 할 건 2층에 마련된 고성통일관이다. 통일관에는 북한의 지하자원, 북쪽 고성 주민의 생활상, 통일비용과 통일의 편익, 통일한국의 예상 GDP, 남북이 함께 만든 애니메이션·영화·드라마, 남북이 함께 한 스포츠 등 통일의 필요성을 인식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자료가 전시됐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복식 팀으로 출전했던 현정화(남), 이분희(북) 선수의 젊은 시절 경기 장면과 2000년 8월에 열린 남북 합동공연에서 조수미(남)와 리영욱(북)이 함께 노래하는 모습도 전시됐다.
통일 비용은 4576조원인데, 통일편익은 1만4451조 원에 달할 것이라며, 통일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가 비용에 비해 훨씬 크다고 제시했다. 또, ‘골드만삭스’ 발표를 인용하며 1914년 대한민국의 1인당 GNP가 2.8만 달러인데, 2050년 통일한국의 1인당 GNP는 8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설명이 있다. 통일을 이루는데 큰 비용이 들어가는 건 사실인데, 통일이 가져올 효과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여전히 색깔론이 난무하는 세상, 통일교육관에 유익한 자료가 많이 전시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일전망대에서 내려오는데 북한 상품을 판매하는 조그만 상점이 있다. 북한 지폐, 북한 술을 팔고 있다. 술 이름이 농태기, 들쭉술, 대동강 등 향토적인 분위기를 풍겨 구미가 당겼다. 기념으로 북한 술 한 병 사고 싶었는데, 가방에 공간이 부족해 사지 않았다. 이걸 돌아와서도 후회하고 있다.
맑은 날에 다시 와서 금강산 봉우리도 제대로 구경하고, 북한 술 두 병쯤 사고 가야겠다.
** 새마을문고 서귀포시지부가 기획한 '길 위의 인문학 투어'에 참가했습니다. 행사를 마련해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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