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만 자생, 이토록 앙증맞은 꽃인데 왜 몰랐지?
[주말엔 꽃] 비쭉이 꽃
처음 보는 나무인데 정말 앙증맞은 꽃이 피었다. 꽃잎이 땅을 향해 펼쳤는데, 그 덕에 우산처럼 빗물을 가릴 수 있다. 벌 한 마리가 축축한 꽃 속을 파고들어 정신없이 꿀을 빨고 있다.
기상청은 매일 거짓 예보를 반복한다. 장마철이라 매일 비를 예보하지만 제대로 비가 내리는 날은 많지 않는다. 지난 24일 오후에 볼일이 있어 한라생태숲을 찾았다. 숲이 한라산 중턱에 있어서 큰 비가 내리지나 않을지 걱정했는데, 역시 큰 비는 내리지 않았다. 아침에 잠깐 내린 비로 나무들이 물기에 젖어 있었다.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려는데, 탐방객센터 입구에 처음 보는 나무가 있다. 하얀 꽃이 앙증맞게 피었는데, 여태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외관상으로는 종나무 꽃과 비슷한데, 그에 비해서는 꽃이 너무 작고 지금은 종나무 꽃이 모두 질 계절이다.
지나는 사람에게 그 나무의 이름을 아는지 물었더니 ‘종나무 꽃’이라고 답했다. 자신들이 배우기로는 이 철에 하늘을 향해 꽃잎을 펼친 게 산딸나무고 아래로 숙인 게 종나무라고 답했다.
정답을 알기 위해 한라생태숲 직원에게 그 이름을 물었는데, 직원은 ‘비쭉이나무’라고 했다. 그 직원 얘기로는 잎사귀 옆으로 잎눈이 길게 나와서 붙은 이름이라고 했다. 비쭉이나무, 이름도 처음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자생하는 나무다. 동백나무처럼 차나무과에 속하고 잎이 짙은 녹색에 광택이 있는 것도 동백나무와 비슷하다. 키는 10미터까지 자란다고 하는데, 한라생태숲에 있는 것은 2미터 남짓하다.
6~7월에 종나무처럼 하얀 꽃이 땅을 향해 꽃잎을 펼친다. 꽃의 가운데 암술이 길쭉하게 나오고 그 주변에 수술 20개 분포한다. 수술의 꽃밥에는 털이 있다. 꽃잎은 처음에 흰색으로 피고 점차 노란색으로 변한다.
꽃잎이 떨어지면 씨방이 자라서 녹색 열매가 맺힌다. 그리고 가을에 열매가 익으면 검은 색으로 변한다.
일본사람들은 이 나무를 사카키(榊)라고 부른다. ‘번영하는 나무’, ‘신성한 나무’의 의미로, 신목(神木)으로 신에게 공양하는 나무다. 고대 일본인들은 신에게 바치는 상록수를 모두 사카키(榊)라 불렀는데, 후에는 비쭈기나무만을 가리키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신사 주변에 많이 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도 않아 효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습하고 꽃이 물기를 머금고 있는데, 벌 한 마리가 꽃 속에 들어가 꿀을 따고 있다. 꽃이 우산처럼 하늘을 가려주기 때문에 비가 조금 내리더라도 벌은 비를 피할 것 같았다. 꽃이 향기를 품었으니 벌에게는 이보다 좋은 꽃도 없을 것이다. 야생 생물에게 한라산은 정말 파라다이스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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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욱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