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하고 고소한 누룽지오징어순대, 부럽다 속초!
[동네 맛집] 속초수산시당 오징어순대
난 순대를 사랑한다. 내게 순대는 잔치 음식이다. 예전 제주도에선 잔치가 있을 때마다 순대를 만들었다. 고기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는데, 그런 기억 때문에 테이블에 순대 한 접시가 있으면 잔치에 초대된 것처럼 흐뭇해진다.
순대를 담든 장면을 보는 것도 설레는 일이다. 돼지 큰창자에 밀가루를 넣어 씻어내기를 몇 차례 반복하면 냄새가 사라진다. 메밀에 선지를 넣어 버무리고, 창자 안에 구겨 넣은 후 대장의 끝을 실로 봉한다. 그리고 끓는 물에 삶으면 순대는 완성된다. 도감이 검고 두터운 순대를 얇게 썰어서 접시에 내놓으면, 군침이 돌기 시작한다, 순대 한 점에 굵은 소금 한 조각 얹어서 먹으면 제주도를 다 담은 맛이 난다.

잔치에만 먹는 줄 알았던 순대가 언제부턴가 분식집 메뉴가 되었다. 그런데 손으로 만든 피순대가 아니다. 대부분 돼지 창자를 가공한 케이싱에 당면과 쌀을 넣어 만든 것이 대부분인데, 그걸 차마 소울 푸드로 인정할 수는 없다.
내 입맛에 순대의 으뜸은 역시 제주도 피순대다. 지금도 예전 잔칫날 만들던 방식으로 순대를 만드는 집이 많고 지인 가운데 옛날 방식으로 순대를 가공해서 납품하는 이도 있다. 제주도 전통 순대가 당분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몇 해 전에 속초를 방문해서 아바이순대를 먹은 적이 있는데, 가게 몇 군데를 가 봐도 제주도 순대에 비길 만한 맛이 아니다. 아바이순대를 파는 사장님들에겐 미안하지만 내 입맛이 그러니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런데 재료에서나 모양에서나 오징어순대는 매력적이다. 오징어순대를 만들려 위해 책을 뒤지며 따라해 본 적이 있다. 우선 싱싱한 오징어를 준비하고 쌀을 물에 불린 후 채소와 함께 볶아서 오징어 뱃속에 넣었다. 그런 후 오징어를 통째로 쪘는데, 무슨 일인지 쌀이 제대로 익지 않았다.
다음에는 쌀 대신에 밥을 볶아 넣었는데, 이번에는 속이 너무 질어서 제 맛이 나지 않았다. 오징어순대는 안에 쌀(밥)을 제대로 채워 넣는 게 중요한데. 그게 어려운 과정이란 걸 깨달았다. 나의 오징어순대 도전기는 거기까지다.
오징어순대의 맛을 제대로 만끽할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새마을문고 서귀포시지부가 기획한 ‘길 위의 인문학 투어’에 참가했는데. 6월 28일 오전 일정에 속초관광수산시장이 포함됐다.

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우선 놀란 건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가 방문한 시간이 토요일이긴 한데, 시장에는 오전부터 길을 걷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꼬마김밥과 오징어순대, 아바이순대, 술빵 등 입맛을 자극할 만한 음식들이 입맛을 유혹했다.
가게마다 손님이 붐비는데.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자리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골라 ‘박원균꼬마김밥’이라는 가게에 들어가 앉았다.
누룽지오징어순대와 감자전 한 접시씩 주문했다. 주문을 하자 조그만 접시에 김치와 양파 장아찌가 조금씩 나왔다. 밀린 음식이 많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인지 음식 나오는 시간이 더디게 느껴졌다.
누룽지오징어순대가 납작하게 썰어져서 접시에 담겨 나왔다. 순대를 철판 위에서 눌러 익혔기에 갈색을 띠는데 고소한 냄새를 풍겨서 시각과 후각으로도 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한 점 먹어보니 오징어의 싱싱한 느낌이 살아있고, 순대 안에 채소와 쌀이 적당히 잘 익었다. 처음엔 가격 1만5000원에 비해 양이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순대 안에 재료를 꽉 채웠기에 몇 점 먹어도 배가 불렀다. 오징어가 국산임을 감안하면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오징어순대는 직접 담근 게 아니고 공장에서 받아서 쓴다고 했다. 이 시장에서 오징어순대를 직접 담그는 가게는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어느 가게에서나 비슷한 맛을 낼 것이다.

감자전은 둥근 모양으로 얇고 넓게 지져져 나왔다. 감자전 특유의 누런색을 띠는데 약간 더 익은 곳은 갈색을 띠었다. 감자가루에는 간을 하지 않았는지 싱거웠다. 사실, 내 입맛은 의사도 인정할 정도로 싱겁게 세팅됐는데, 강원도 음식에는 내 입에도 싱거운 음식이 많다. 감자전을 뜯어서 양파장아찌를 얹어서 먹어야 간을 맞출 수 있다.
속초수산시장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걸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시장이 매력적이란 의미다. 맛있는 음식이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손님을 기다리는 시장이 있다는 건 주민에게나 여행객에게나 설레는 일이다.
속초 오징어순대, 제주도순대와 비길 만한 음식이라고 인정! 순대를 사랑하기에 속초수산시장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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