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의 발상지 법정사에서106년 전 가을 날 그들처럼새벽길 나섰다.한라산 둘레길관문에 들어서면새로운 세상고지천 지나 동백길그리고 푸른 숲 아래는굴곡진 세월유수에 깎여구겨진 궁상천상처투성이 바위가무오년 어느 가을날그 뜨거웠던 함성을홀로 증언한다.** 1918년 10월 7
주말 아침,색달천 건너돌오름 가는 길가수 아이유의 노래처럼‘상큼하고 깨끗한아침 향기가‘하천에 가득하고조릿대 허리 높이로자란 등반로엔서늘한 새벽공기 비집고햇살이 스민다.이 숲에나보다 일찍 찾아온 손님가을이기다리고 있었구나.PHOTO BY 양희라
이른 아침치유의숲에서시오름 지나악근천어떤 전설이 여기에 내려짐승 콧구멍 같은 들렁궤선계(仙界)의 입구인가?너를 통해 숨을 쉰다초록 옷 차려입은수문장 기암괴석이슬에 취해새벽을 노래한다.PHOTO BY 양희라
큰 바위가 많아 메체왓장기판 같은 집터화전민 떠난 자리는이제 나무들 차지다억겁의 세월에도풍화 끝나지 않은 서중천구겨진 시간만큼헝클어진 바위들새벽마다 이슬 담고우기마다 빗물도 담고파란 하늘, 맑은 바람새의 노래도 담았다.돌아오는 길햇살에 빛나는 아침 안개급히 상념 덜어내
한여름 이른 아침푸른 하늘 열리자달려간 물영아리오름먼 하늘 어느 별자리이 섬에 닿아항아리 같은 분화구에긴 세월 돌고 돌며모든 생명의 씨앗누르고 다진 타임캡슐흰뺨검둥오리 새끼와뒷다리 달고 나온 개구리더위를 모르는 채평화의 하계올림픽PHOTO BY 양희라
찌는 도심 빠져나와찾아간 한라산운석구덩이 같은웅덩이에노루 눈물이 고여사라오름 산정호수시인 정지용이그토록 그리워하던‘파아란 하늘빛’을 담았다능선 너머 보이는아련한 서귀포맑은 호수로마음 채우고 간다PHOTO BY 양희라
장마 멀리 보내고다시 찾은 ‘추억의 숲길’시간 멈춰버린 것처럼침묵만 남은 공간발자국 남지 않는자갈길 위에발바닥으로 시 한 수 지었다.여름 숲,네 숨을 마시고네 안에서 풍경이 되고 싶다.PHOTO BY 양희라
해무(海霧) 자욱한 날 발길 인도한 천지연 폭포서늘해진 천연난대림 저녁 이슬에 젖어 짙은 여름 냄새를 뿌린다. 물 위로 피어오른 밤안개가로등 감싸 안은 밤 길을 꿰뚫는 건 시인 김수영이 노래한 폭포의 곧은 소리PHOTO BY 양희라
장맛비 잠시 물러가어스름 내리는 새연교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옛날 연륙교에 부딪쳐마침내 울음 엎질러 놓았다.오래전,어머니 소녀 시절애기허벅 내리다엎질렀을 그 울음PHOTO BY 양희라
굵은 장맛비 멈추고잠시 길 내어준 틈에찾아간 이승이오름바람이 미처 물기 털어내지 못해나뭇잎과 거미줄에는 물방울이 붙잡혀 있다.초원 지나세속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눈앞에는 안개에 뒤덮인 성스러운 세상짙은 여름 냄새가 밀려오고무성한 숲의 덮개가 하늘을 가린다.작가 김훈이 말
숲길이 그리워 찾아간한라생태숲과 절물휴양림신록 무성해진 숲은저마다 자기 욕망을 드러내는치열한 생존 현장이다.나무가 키운 풍성한 잎으로공기는 한층 더 짙어졌고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산새들싱그러운 소리를 내며 서성거린다.꺼내든 책 한 권,신의 숨결 같은 산들바람에 취해여기서
새벽, 물소리 그리워발길 닿은 예래생태공원어머니 젖가슴 같은 대왕수천살아있는 모든 것들은이 물에 목을 축이고더 큰 숨을 쉰다.초록 냄새 묵직하게 내려앉은 시간물소리에 나처럼 설렌 바다가잠에서 깬다.PHOTO BY 양희라
황금 같은 연휴고산리 당산봉에 올랐다.해발 150미터도 안 되는 오름 정상거북바위 찾아가는 길인데차로 먼 길을 왔다.녹고의 눈물 흐르는 수월봉잔잔한 바다 위에금줄을 쳐 놓은 것처럼저녁 배가 불을 밝힌다.PHOTO BY 양희라
초여름 볕에 힘이 풀릴 무렵,서귀포 해안으로 나섰다.정모시공원에서 소라의성 지나소정방폭포로 이어지는 이 길에어스름이 깔리면폭포 물소리만이저녁 공기에 파문을 낸다.오늘도 노을에 젖어 돌아왔다.PHOTO BY 양희라
퇴근길,어떤 힘에 이끌렸지차를 이끌고서쪽으로 달렸다.바다를 향해 투신하던 햇살은힘을 잃었고금오름 분화구에는 어느덧노을이 내려앉았다.몽골이 침략할 때도황군이 물러갈 때도붉게 타올랐던 바다어김없이 황홀하게 울고 있다.PHOTO BY 양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