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버스 마을 구석을 누비고 귤꽃 스카프 깃발처럼 날린 날
‘귤꽃 따라 오끼오소록축제’ 10일, 의귀리에서 열려
조용한 중산간 농촌마을에 봄꽃이 손님처럼 찾아왔다. 주민들은 꽃 손님 방문을 기념하며 잔치를 열었다. 음식과 차가 풍성하게 상에 오르고, 귤꽃 문양이 새겨진 스카프와 손수건이 깃발처럼 펄럭였다. 손님을 태운 트랙터 버스는 덜컥이며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는데, 신기한 아이들은 연신 함성을 질렀다.

‘귤꽃 따라 오끼오소록축제’가 10일, 남원읍 의귀리 농촌체험휴양마을 방문자센터 마당과 그 주변에서 열렸다. 오끼는 의귀의 옛 이름이고, 오소록은 ‘감춰져서 조용한’ 상태를 이르는 제주어다.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가 기획한 2025년 봄꽃하영이서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린 축제다.
주민들은 차(茶), 천연염색, 잼(jam), 도자기, 음식 등 각자의 재능과 끼를 펼쳐 놓았고, 그 결과 행사장에는 즐기고 맛볼 만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렸다. 조용한 중산간 마을에 종일 아이들 웃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오끼차방이 ‘귤꽃 향기로 물든 차’를 선보였다. 전통차를 말리고 덖는 과정에서 귤꽃을 섞어서 향을 입히고, 그걸 방문객과 함께 음미했다. 전통차 맑고 은은한 맛에 산뜻한 향이 더해졌는데, 귤꽃이 피어서 화사한 분위기까지 맛볼 수 있었다.
‘물드련마씸’은 귤꽃 물들이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귤꽃이 새겨진 문양 틀을 이용해 천연염색 방식으로 천에 귤꽃 그림을 새기는 방식이다. 틀을 천위에 놓고, 천연 염색 도료를 밀어 누르면 신기하게도 귤꽃 그림이 선명하게 나왔다. 그걸 바람에 20분가량 말리면 자신 만의 손수건, 스카프가 만들어졌다.
마을 청년들이 ‘오소록 향기 여행’이라는 주제로 트랙터 버스를 운행했다. 트랙터는 주민과 여행객 가족을 실은 버스를 끌고 마을 구석구석을 누볐다. 승객들은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귤꽃 향기 그윽한 시골길을 누볐다.

통기타 콘서트로 열렸다. 4인조 통기타 그룹 ‘둘넷길’이 박인희의 ‘봄이 오는 길’을 필두로 70년대 80년대 유행했던 음악을 공연했다. 둘넷길은 둘과 넷이라는 의미를 지닌 동아리인데, 음악을 통해 지역 사람과 어울리고 지역 문화를 풍요롭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음악은 귤꽃 향기와 함께 바람에 날려 마을 구석으로 날아갔다.
음식 장터도 마련됐다. 주민들은 장터에서 저렴한 가격에 음식과 차를 나눴다. 귤잼 만드는 프로그램이 열려, 주변에는 귤 끓는 향이 퍼졌다.

홍기철 의귀리 농촌체험휴양마을 운영위원장은 “의귀리는 제주도에서 감귤의 대표적 주산지다. 그동안 우리가 귤을 판매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는데, 이제는 마을의 이미지, 귤의 이미지를 위해서도 이런 축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서툴지만 외부에 맡기지 말고 우리가 스스로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줘서 오늘 행사가 재미있게 열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봄꽃하영이서’는 지난해에 서귀포시 문화도시센터가 기획해서 2년 연속 열리고 있다. 의귀리는 올해도 문화도시센터의 지원을 받고 축제를 개최했는데, 문화도시센터 운영이 중단돼서 앞으로는 지원 없이 자력으로 축제를 열어야 한다.
<저작권자 ⓒ 서귀포사람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태욱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