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밍 공항, 꽃을 든 가이드 뒤에 보이는 거대 공룡의 위용

[윈난성 여행기] ① 쿤밍 공항의 거대한 공룡 화석

사계절 꽃이 핀다는 따뜻한 기후의 중국 쿤밍은 윈난( 雲南)성의 수도이다. 구름의 남쪽, 구름이 아름다운 곳, 윈난. 늘 아득하고 이국적으로만 느껴졌던 쿤밍, 샹그릴라, 윈난성 같은 지명들을 들을 때면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었다. 드디어 이번 여행은 윈난성이다.


▲ 현대적 시설을 갖춘 쿤밍 공항(사진=유효숙)

늘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하고,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디디는 설렘을 지닌 것이 나를 규정하는 큰 부분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작년 티베트 여행 이후 여행에 대한 의욕을 잃었다. 단순히 나이가 들고 몸은 여기저기 고장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그래도 다시 짐을 꾸려 여행길에 오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번이 여섯 번째, 요금은 왜 이리 비싸졌나?


이번 여행을 함께한 김선생과는 직장의 입사동기로 만났다. 김선생은 몇 년 후 다른 도시의 대학으로 옮겼지만, 각자 다른 도시에 살면서 가끔 서로의 안부를 묻고, 몇 년에 한 번씩 함께 여행을 하기도 했다. 다시 함께 외국 여행을 떠나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중국에 코로나가 다시 돌고 있다는 뉴스에 우리는 떠나기 전 코로나 예방 접종을 하고 떠나기로 했다. 보건소에서는 만 65세 이상만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고 했고, 나머지 연령대는 일반 병원에서 유료접종이란다. 평소 다니던 서귀포의 병원에 문의하니 코로나 접종을 하지 않는다 한다. 서귀포에서 세 군데의 병원을 방문했지만 계속 허탕을 친 후, 다시 보건소에 전화했다. 제주도에서는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는 일반병원은 제주시의 병원 두 곳 뿐이란다. 지정 병원 중 한 곳에 전화를 해 보니 접종에 15만원이라는 거금을 내야 하기도 했지만, 백신을 주문하고 도착하기를 기다려야 하기에 일주일 이상을 백신을 예약하고 기다려야 했다.

이전까지는 무료 백신을 맞았기에 거금을 내고 백신을 맞는 것에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절, 전 국민 무료백신을 실행하던 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아마도 윤석열 정부에서 백신이나 건강 관련 예산을 대거 삭감했기에 국민 개개인에게 백신의 비용을 떠넘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명 정부로 정권이 바뀌었으니 이제 이런 무지한 일들을 없어지겠지..’ 하고 투덜거리며 한 시간을 운전해서 제주시 지정병원에서 코로나 백신을 맞고 왔다. 백신 접종을 꾸준히 했던 나에게는 이번이 여섯 번째 코로나 백신 접종이었고, 다행히 조금 미열이 나는 것 외에는 큰 부작용은 없었다.


▲꽃의 도시 답게 환영 인사로 카네이션을 받았다.(사진=유효숙) 

인천에서 쿤밍으로 떠나는 비행기는 저녁시간이었지만, 제주도의 변덕스러운 기상 상태로 낭패를 당할 수도 있어 당일이 아닌 하루 먼저 서울로 올라갔다. 저녁에 제자를 만나 저녁도 먹고 함께 동대문 야시장 구경도 했다. 출발일은 여유 있게 오후에 인천공항으로 떠날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김선생을 만나 저녁 6시30분 비행기를 타고 4시간40분 후 쿤밍에 도착했다. 중국은 우리와 1시간 시차가 있어 도착하여 로컬 타임으로 손목시계를 한 시간 늦췄다.

2024년 11월부터 한국인에게 중국은 관광의 목적으로 15일 이내 체류할 경우, 한시적으로 무비자로 방문 할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 티베트를 방문할 때 비자를 받고 비자 번호 순서대로 줄을 서서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며 입국하던 작년과는 달리, 이번 중국 입국이 훨씬 자유롭게 느껴진 것은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협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목적지가 중국 본토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번 여행은 14명이 함께 라서 인솔자가 없이 쿤밍 공항에서 현지 가이드를 만난다고 했다. 비행기 안에서 저녁을 먹고 내가 영화 한 편을 보는 동안, 옆자리의 김선생은 계속 바뀌는 창밖의 야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또 다른 옆자리의 여자 분은 미 서부에서 왔다는데 쿤밍에 한 달 머물 거라고 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 혹은 이민 2 세로 보였는데 웃는 모습이 선해 보이는 분이었다.

 

순조로운 입국 절차, 꽃을 든 가이드 뒤에는 거대 공룡 화석

쿤밍 공항에서 입국 절차도 순조로웠다. 이 시간대의 입국심사대에 줄 선 외국인들은 대부분 우리처럼 국적기를 타고 온 한국인들이었다. 짐을 찾아 나오니 조선족 현지 가이드들이 카네이션 꽃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꽃의 도시답게 환영의 첫 인사는 꽃 선물이다.


▲공항에 전시된 거대 공룡이 화석. 중국 윈난성은 공룡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곳이다.(사진=유효숙)

건축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현대적인 쿤밍 공항에는 엄청난 크기의 공룡 화석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설마 진짜일까? 모형이겠지?’ 하고 다가가 보니 지역에서 발굴한 공룡 화석인 듯 했다. 가이드 김선생은 ‘얼마 전까지는 공룡 화석 발굴지 근처인 지역의 공룡 박물관에 저 공룡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어느 날 공항으로 옮겨왔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세계 각국 어디를 가도 공항은 어디나 비슷할 따름인데 입국장에 공룡을 전시한 공항이라니... 쿤밍이라는 도시에 대한 첫 인상이 강렬할 수밖에 없었다.


▲ 쿤밍의 밤 풍경(사진=유효숙)

공항에서 멀지 않은 호텔로 이동해서 12시가 넘은 시간 짐을 풀 수 있었다. 아침형인 김선생과 저녁형인 나는 생활 리듬이 너무나 달랐는데 여행을 함께 다니며 서로 불편을 감수했지만, 이번 여행에서 각자 싱글 룸을 쓰며 편안히 여행하자 했다. 쿤밍에서의 첫 밤이 저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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