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필지 화전서 담배·지슬·메밀 재배한 오영감, 상당한 부자였을 것
[한상봉의 ‘제주도 화전] (69) 중문동 상문리화전
녹하지오름 북쪽에 대선머들화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남쪽엔 오염감이라는 화전민이 살았던 집과 경작지가 있다.
■ 대선머들화전과 집터
사람들이 중문동 41∼46번지에 거주했거나 인근에 밭을 소유했던 화전 지역이다. 대나무와 울담 흔적이 남아 있다. 중문동 41번지에는 박승○(朴升○)이 살았다. 표고장에서 작은 냇골을 동남쪽으로 넘으면 작은 둔덕 뒤에 대나무와 울담이 있다. 인근 40번지는 박씨 집안이 화전으로 이용한 밭이다.

표고장의 서남쪽 42번지에는 김○○이, 46번지에는 김공삼(金公三)이 살았다. 이들은 주변 번지의 밭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후 김공삼은 색달동 빌레흘화전으로 이주한 사실이 지역민의 구술에서 확인됐다. 참고로 1901년 이재수의 난(신축민란)의 여파로 김권삼(金權三)이 사망했다. 46번지에 살던 김공삼의 형제로 추정되는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중문동 37번지에는 양재윤(梁在潤)이 살며 38번지 밭을 소유했다. 인척으로 보이는 양재○(梁在○)이 39번지에 살았는데, 36번지 밭을 소유하고 경작했다. 지금은 낮은 언덕자락에서 울담만이 확인될 뿐 집터는 훼철돼 사라진 상태다. 1929년 국림담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정지작업을 위한 사전 조치로 공작물철거령이 내려졌다. 이들은 공작물철거령에 의거해 화전지에서 쫓겨났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머들 화전민들은 어디로 이주했는지 확인이 안 되고 있다.
■ 오영감 집터
오영감은 목안(제주시)에서 온 사람으로 주민들에게 ‘영감’으로 불리었다고 전해진다. 중문동 63번지에 살았는데, 주변 61·65번지에도 집을 가지고 있었다. 중문동 61· 62·64·66·133번지에 밭을 소유하고 있는 데서, 부농으로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나무와 집터 돌담이 남아있다.
오영(吳永)은 구술자 김○현과는 사돈지간이다. 오영의 작은아들 오○환의 아내가 자신의 고모라고 한다. 화전민끼리 결혼 한 것이다. 오○환의 후손들은 제주시로 이주해 술 공장을 운영했다.

오영감으로 불리던 사람의 후손 중에 강정동에 사는 사람도 있다. 후손에 따르면 고조부가 제주시 용담동에서 녹하지오름 뒤로 이주를 했다고 한다. 별감을 지냈다고 하는데 어떻게 화전지로 오게 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조부 오○환이 일제강점기에 영남동 ‘서치모르’로 이주를 했으며, 현재 영남동에 할아버지 묘와 밭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로 보면 일제시기 오영의 집안은 영남동으로 이주했다가 다시 강정동으로 이주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후손이 선친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녹하지오름 뒤에 살 때 담배와 지슬(감자), 메밀을 재배했다고 한다.
중문동 67번지에는 이형○(李亨○)이 살면서, 68번지 밭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 외로 중문동 67번지 서쪽 9시 방향 100m 지점과 11시 방향 200m 지점엔 1914년 이전에 사라진 화전민 집터가 있다. 인근 서쪽 하천을 식수원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였다. 이들 두 곳 화전은 토지조사사업 시기에 지번이 등기되지 않았는데, 일제강점기 이전에 다른 곳으로 떠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69번지는 전(田)으로 등기되어 있는데 암괴언덕 아래에 사람이 살았음을 알게 하는 대나무와 돌담이 발견되고 있다. 소유주는 김명○(金明○)로 확인되는데 이 사람 역시도 토지조사 사업 이전에 집을 떠났고 집터를 전으로 등기했음을 알 수 있다. 아래쪽 70번지도 사람이 살았던 대나무와 울담이 있다. 지적원도를 보니 김운석(金雲錫)이 살고 있었다.
중문동 이상○의 구술에 따르면, 산 2번지 일원은 암쉐 목장이었다. 제주4·3 이후 나무가 자라며 잡나무 지대로 변하자, 주민들이 잡목을 도벌하러 다녔다.
한상봉 : 한라산 인문학 연구가
시간이 나는 대로 한라산을 찾아 화전민과 제주4.3의 흔적을 더듬는다.
그동안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제주의 잣성」,「비지정문화재100선」(공저), 「제주 4.3시기 군경주둔소」,「한라산의 지명」, 「남원읍 화전민 이야기」등을 출간했다. 학술논문으로 「법정사 항일유적지 고찰」을 발표했고, 「목축문화유산잣성보고서 (제주동부지역)」와 「2021년 신원미확인 제주4.3희생자 유해찿기 기초조사사업결과보고서」, 「한라산국립공원내 4.3유적지조사사업결과 보고서」등을 작성하는 일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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